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
[국회의원 권향엽 보도자료] ‘무기한’→‘50년’ 웨스팅하우스 협약, 원래 기한 자체가 없었다

‘무기한’→‘50년’ 웨스팅하우스 협약, 원래 기한 자체가 없었다
웨스팅하우스 사전 계약조건서엔 '무기한·10억달러 역무 제공' 등 요구 담겨
- 한전 이사회 "(무기한) 기간설정 과다, 기간·비용 재협상, 유효기간 넣어야" 의견
권향엽 "윤석열 정부 성과주의에 눈 멀어 저자세로 협상 임해…황주호 책임져야"
우리나라가 해외로 원자력발전소를 수출할 때 미국 기업 웨스팅하우스에 대당 1조원을 50년 동안 지급하는 내용이 공개되자 ‘노예계약' 논란이 불거졌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권향엽 의원이 한국전력공사(이하 한전)으로부터 보고받은 자료를 종합하면, 원래 웨스팅하우스와의 협약은 ‘무기한 계약'이었으나, 한전 이사회가 반대 의견을 낸 끝에 ‘50년 계약'으로 협의된 것으로 확인됐다.
❍ 2024년 9월 한전, 웨스팅하우스 ‘사전계약' 조건서 첫 확인
더불어민주당 권향엽 의원이 한전으로부터 보고받은 자료에 따르면, 한전은 지난해 9월3일 웨스팅하우스가 보낸 사전계약 조건서(term sheet)를 처음 확인했다. 거기엔 웨스팅하우스가 팀코리아를 신뢰할 수 없으므로, 타협 협정의 상업조건 이행을 강제할 대당 5억달러의 신용장 개설, 10억달러의 역무 제공 등 내용이 담겼다. 특히 역무 규모가 10억달러에 미달할 땐 부족분 금액의 50%를 현금으로 보상하라는 요구도 있었다. 즉, 한국이 6억달러의 역무만 제공하면 부족분인 4억달러의 절반(2억달러)을 현금으로 내라는 것이었다.
그런데 이상한 건 조건서엔 상업조건 이행을 강제하는 ‘기한'이 명시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무기한'이었던 셈이다.
❍ 2024년 10월 팀코리아, 미국서 웨스팅하우스와 조건 재협상
2024년 10월, 한전은 미국에서 웨스팅하우스와 협상을 진행했다. 당시 한전은 웨스팅하우스 측이 제시한 조건이 무리하다고 판단해 재협상에 나섰다. 먼저 신용장을 5억달러에서 4억달러로 줄이고, 협정 체결 10년 후 신용장 조항의 삭제 필요성을 재협의해야 한다는 일몰조항을 도입했다. 불가항력 발생 시 신용장 인출 예외조항도 추가했다.
또 아랍에미리트(UAE) 원전수출 때 설계·조달·시공(EPC) 역무가 6억3000만달러였던 걸 기준으로 들어, 원전 1기당 10억달러 역무 제공을 6억5000만달러로 낮췄다. 부족분의 50%를 현금으로 보상해야 한다는 조건은 수용하지 않는 대신 기술료를 주기로 합의했다. 웨스팅하우스는 2억달러의 기술료를 주장했지만, 한전은 EPC 계약금액은 1기당 (약 100억달러로 가정) 2% 미만이 적절하다고 보고, 기술료로 1억5000만달러를 제안했다. 그간 웨스팅하우스와 기술사용협정상 최저 기술사용료는 2.5%였기 때문에, 한전은 그러는 편이 합리적인 협상이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이에 양측은 협상을 통해 양자 간 금액 중간인 1억7500만달러로 최종 합의했다. 그렇게 총 8억2500만달러 규모의 기술료와 역무를 제공하게 된다.
❍ 2024년 11월, 한전 1차 이사회…"기간·비용 등 재협상 해야”
지난해 11월20일 한전 이사회가 열렸다. 당시 ‘해외 원전사업 협력 원칙'을 의결할 때, 이사들이 보고 받은 계약서 초안에도 ‘기한'은 명시되지 않았다. 이에 이사회에선 "(무기한인) 기간 설정도 과하며, 신용장 개설 비용을 부담하는 점도 납득이 어렵다. 기간·비용 부분을 재협상해 주기 바란다. 협약에 유효기간이 없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는 의견이 나왔다. 지난 8월 <뉴스토마토>가 만난 한 원전업계 관계자도 "원래는 웨스팅하우스와의 계약은 무기한이었는데, 한전 이사회 등에서 반대 의견이 나와 표면적으로라도 ‘50년 계약' 기한이 생겼다고 들었다”며 "(쌍방이 종료에 합의하지 않는 한 5년씩 자동 연장이면) 어쨌든 무기한이지만, 이사회 등 통해 '원안 과하다'는 내부 의견이 반영된 건데 원래 계약은 더 무도했을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 2025년 1월, 한전 2차 이사회…"국민이 납득 가능할지 의문”
올해 1월14일 한전 이사회가 또 열렸다. ‘해외 원전사업 협력 원칙 후속 조치’ 안건을 의결할 때는 계약서에 50년 기한이 추가됐다. 하지만 당시 이사회에서는 "지난번 협상에서 많은 진전이 있었다”면서도 "과연 이번 협상의 결과를 국민이 납득 가능한 수준인지는 의문이다. 지불할 금액도 많고, 50년이라는 기간과 만료 후 계약 조건 과하다는 생각이라 재협상 통해 해결할 수 있는지 궁금하다”는 의견이 나왔다. 이후 이틀 뒤인 1월16일, 한수원·한전과 웨스팅하우스는 지식재산권 분쟁 절차를 중단하고 합의문을 체결했다.
권향엽 의원은 "국민이 모욕적으로 느끼는 ‘노예계약'보다 훨씬 후퇴한 초안이 어느 정도까지 굴욕적이었을지 가늠할 수조차 없다"며 "정부가 웨스팅하우스와의 협상에서 얼마나 저자세로 임했는지 엿볼 수 있는 대목”이라고 밝혔다. 이어 "성과주의에 눈이 멀어 국익을 흥정거리로 만든 윤석열 정부의 조급증 앞에 한수원도 무릎을 꿇은 것”이라며 "황주호 전 사장은 산업부 조사 결과에 따라 상응하는 책임을 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끝/